첫 만남
꼬부 입양이 결정되고서 감사하게도 꼬부를 임시 보호를 해주시던 분께서 꼼꼼하게 아이가 지낼 환경에 대해 여러모로 조언해 주시고, 다양한 궁금증에 대해서도 전화로 친절하게 알려 주셔서 준비하는 과정들이 마냥 막막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질문을 해도해도 끝이 없다보니, 임시보호자님의 도움 이외에도 책 내용도 참고하고 고양이 카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떤 화장실 타입이 좋을지 결정하는 것부터 스크래쳐는 어떤 것으로 준비해야 할지, 장이 약한 아이들은 어떻게 관리해 주는 것이 좋은지 기타 등등... 아무래도 지내던 환경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화장실 모래는 임시 보호해 주시던 분께 여쭤보고 아이가 임시보호된 집에서 쓰는 것과 같은 종류로 구입해 두었습니다.
책으로 보고 배운 지식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화장실은 고양이 마릿수 n+1이 좋다고 하기에 두 개를 준비해두고, 면노끈을 미리 구입해서 집에 있는 기둥 곳곳에 감아 두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가 좋아한다는 캣닢(개박하) 가루를 미리 면노끈기둥에 살살 뿌려 놓았지요. 스크래쳐와 빗, 치약, 칫솔, 장난감도 준비!! 처음 꼬부가 저희 집으로 오기로 약속된 그날을 기다리며, 어찌나 초조하고 떨리던지 그 전날 밤에는 잠도 잘 안오더라고요. 꺄앗. 두근두근....>_<
역사적인 그 날이 드디어 되었고! 꼬부를 케이지에 넣어 임시보호자님께서 저희 집으로 오셨습니다. 아이와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이 될 아이를 처음 보게 되다니 미칠듯한 호기심이 있었지만, 도착한 아이를 응시하지 않도록 엄청 엄청 노력했거든요. 영역동물인 고양이에게는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것이 굉장한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 동물의 세계에서 뚫어지게 응시하는 건 공격의사를 밝히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태어나 처음으로 고양이를 반려하게 된 초보 집사로서, 그 아이를 미치도록 보고 싶지만! 슬쩍 쳐다보고 다시 안보는 척~ 살짝 보고 다시 안보는 척~~~(아이고. 소심한 집사 ㅠ.ㅠ)
꼬부는 생각보다 몸집이 작은 아이였어요. 겁에 질려 있을 모습을 상상하고 그 아이를 맞이했는데요. 첫 순간부터 어찌나 똥꼬발랄하게 거실을 뛰어 다니던지요. 이곳 저곳의 냄새도 열심히 맡고~ 제 다리에도 부비부비를 하고~ 노끈을 감아둔 기둥을 박박 긁고~ 어찌나 신나게 뛰어다니던지, 임시보호를 해주셨던 보호자님께서 살짝 서운해 하실 정도로 이 아이는 몇년쯤 저희 집에서 살아온 아이인양 즉각 적응완료! 그리고 신기하게도 바로 그 날, 임시보호해주시던 그 분이 떠나고 나서, 꼬부는 제 무릎 위에서 쌕쌕 잠이 들었습니다. 이 곳이 이젠 자신의 집임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