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입양하기! 걱정된다구요?
예전에 저는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입양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미 성장한 상태의 고양이나 멍멍이와 사이좋게 지내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의심을 품었거든요. 백지와 같은 상태의 어린 동물들은 내가 잘 보살피고 애정을 쏟아 우리와 한 가족이 되어 그 흰 종이에 예쁜 그림을 그리듯 좋은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게 가능할 테지만, 다 큰 동물과는 그게 영 힘들 것 같았어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보송보송한 어린 동물친구들의 사랑스러움을 보면 꺄악~ 하고 자동으로 환호가 발사되곤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갓 난 아기 동물을 데려올 생각은 없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저는 그녀와 함께 동물농장을 즐겨 보는데, 동물농장에 나오는 개공장에 갇혀서 꼼짝 못하고 강제로 출산의 도구로 전락한 멍멍이와 야옹이들의 끔찍한 실태를 본 적이 있어요. 그걸 본 분들이라면 아마도 저희와 같은 마음이실 거라고 믿습니다. 아직 못 보셨다면 유튜브에서 찾아보세요. 정말 화가 나는 영상들을 한가득 보게 되실 겁니다. 인간이 제일 무서운 동물이고, 돈이 세상에서 가장 더럽다는 생각이 들거에요.
좋은 환경을 갖춘 전문 브리더를 통한 분양이나 가정견 분양을 통해 건강하게 태어나는 고먐미나 댕댕이들도 물론 있겠지요. 하지만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한 반려동물 산업이 유지되는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물권에 대한 규제가 없는 상황이기에 업자들은 이윤을 위해 사료값이나 관리비를 아껴 비용을 절감하고 그러다보니 사육 환경은 자연히 열악해 집니다. 이런 환경에서 학대받던 어미에게 태어나 물건처럼 값싸게 ‘유통’되는 아기들... 기계처럼 강제로 교미해서 쉴 틈 없이 새끼를 낳으며 기력을 잃어 약해질대로 약해진 어미에게서 태어나다보니, 펫샵 출신의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들은 기초 체력이 너무 약하거나 선천적인 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기된 동물을 입양하기 꺼렸던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버림받은 적이 있었던 동물이라면 나와 만나기 전까지 험난한 일들을 겪었을 텐데, 그런 마음의 상처들을 잘 돌봐줄 자신이 없더라고요. 혹시나 '조금 상처받은 마음'을 가진 게 아니라, '완전히 망가진 영혼'을 가진 고양이를 데려오게 된다면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나 싶었습니다. 인간 따위는 정말 싫어! 다 부숴버리겠어!!! 라는 마음이라면 우리집의 파괴왕이 될 거 아니에요??? 덜덜덜 >_<
그런데 꼬부와 함께 지내면서 그런 걱정이 얼마나 쓸데없는 염려였는지 알게 되었어요. 오히려 너무나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걸 이제야 반성합니다. 저희 집에 오는 그 순간부터 꼬부는 그냥 맑은 영혼이었고 그저 작은 생명체였습니다. 전주인에게 버림받은 마음의 상처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제 생각은 너무나 인간 중심적인 잘못된 편견이었고, 예전에 겪었던 험난한 일들 때문에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거나 좀 비뚤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선입견도 전혀 사실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아기 고양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성격의 고양이인지 쉽게 알 수 있었고 아이의 타고난 성격을 더욱 쉽게 파악할 수 있었어요. 뭐든 물고 뜯는 유아기나 사춘기를 이미 보낸 아이였고 이미 안정기에 들어선 아이였기에 처음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한 초보 집사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꼬부는 밝은 성격의 사람을 좋아하는 애교 많은 아이였어요.
전혀 사회화되지 않은 갓 난 고양이를 초보 집사가 잘 키울 수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갓 태어난 냥이들은 또래 형제들이나 엄마와의 관계에서 “친한 사이엔 너무 아프게 물면 안 됨!” 이라든가 “화장실은 이렇게 사용하는 것” 등의 사람과 살면서 알아야 하는 내용들을 배우게 되지요. 하지만 그런 시기를 거치지 못한 아기 고양이를 키우게 된다면, 그런 유용한 생활습관을 전혀 형성하지 못한 아이와 동거하게 되는 셈이에요. 첫 연애가 성공하기 힘들다고 사람들이 이야기 하죠. 아마도 경험 부족에서 오는 문제들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 하는 걸 거에요. 아기 고양이와 초보집사의 조합은 첫 연애를 시작한 사람 둘이 만나 평생 해로하길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가능하긴 하겠지만, 양쪽 모두 어려움이 많겠지요.
뜬금없이 팬심을 드러내자면 저는 소녀시대 팬입니다! >_< 그리고 SM 소속가수들을 보며, 이수만 사장님의 통찰력에 감탄하곤 해요. 물론 대형기획사의 어마어마한 영향력 덕택에 출중한 보컬실력과 수려한 외모를 갖춘 뛰어난 연습생들이 끊임없이 유입 되었을 테고 회사의 기획력을 통해서 좋은 곡을 받기도 하고 본인들이 피나는 노력을 하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꼬꼬마 시절의 모습에서 어떤 성인이 될 지 예측하기란 꽤나 어려운 일이에요. 훈련을 통해 갈고 닦는 것이 가능한 역량들도 있겠지만, 바뀌기 힘든 기질도 분명 존재하죠. 이수만 선생님이라고 해도 앞으로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 지 확신할 수 없고, 연습생들의 어떤 타고난 부분들은 아무리 위대한 프로듀서라 해도 바꾸긴 힘듭니다. 초보집사님이 ‘난 분명 고양이계의 이수만이다 -_-’ 라고 제멋대로 뜬금없는 확신을 하지 않는 한, 이제는 유기된 동물에게도 시선을 돌려 보시면 어떨까요?
우리 꼬맹이는 매일 매일 경험하는 일들을 통해 매일 배우며 성장했고, 조금씩 제게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놀라운 일상을 우리에게 매일 선물했어요. 참 다행스러웠던 것은 사람과 함께 살아본 경험이 있었던 아이였다는 점이었어요. 만약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을 몰랐던 아기 고양이였다면, 오히려 저 같은 어설픈 초보 집사와 어울리지 않았을 겁니다. 좋은 집사를 기다리는 성격 좋고 사랑스러운 냥이들이 보호소에서 언니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어요!!! 반려묘와 함께하는 생활을 꿈꾸고 있다면,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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