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야, 너 왜 삐졌어?
정말 큰일 났습니다. 어제 꼬부가 단단히 삐졌어요.
큰 언니와 꼬부는 소파의 단 하나 뿐인 스툴(오토만)을 서로 차지하고 싶어서 저녁마다 둘이 귀엽게 아옹다옹하곤 합니다. 소파에 편하게 누워있고 싶어서 그녀는 스툴 위로 다리를 올리고 있는 걸 좋아하는데요. 꼬부 녀석도 스툴 위에 식빵자세로 앉아 있는 걸 좋아하다보니 둘이 늘 경쟁합니다. 보통은 꼬부가 큰언니 발을 앙 깨물어서 간단히 물리치는 것으로, 게임 끝!!
그런데 어제 저녁엔 영문을 모르겠으나, 뭔가 꼬부 마음에 안 들었나봅니다. 우리가 아무리 불러도 근처로도 오지 않고, 정말 뚱한 표정으로 멀찍이 앉아서 그녀를 째려보고 있는 거에요. 보통은 사료 한 알만 줘도 신나게 달려오는 녀석인데, 어제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어요.
이 작은 아이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들이 흐르고 있었던 걸까요? 아직도 그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꼬부의 감정만큼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녀와 제가 어리둥절해서는 “꼬부가 대체 왜 화난거야?” 이러며 둘이 속닥거리며 그 이유를 추측해 봤지만, 당최 알 수가 없었어요. 꼬부의 최애 장난감인 잠자리 낚시대를 붕붕 휘둘러 봤으나 그조차도 아무 소용이 없을 정도라서, 이 꼬맹이의 싸늘한 반응에 놀란 그녀는 침대에서까지 고민하더군요.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이 되자, 이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큰 언니의 다리에 몸을 비비며 애옹애옹 애교를 부립니다. 헐......뭐냣? 너란 아이는 왜 이렇게 쉬운거야? 어제 분명히 삐졌었잖아??? 이 사랑스러운 모습에 그녀가 싱글벙글 합니다.
“차암나~ 어제는 그렇게 삐져있더니, 그새 잊은 거야? 너는 이제 꼬붕어다!”
이로써 꼬부의 별명이 하나 더 추가 되었습니다. 꼬순내, 옥순이, 흑임자, 그리고 꼬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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