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미워했던 이유를 밝혀보새!
저는 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새를 안 좋아했던 감정에는 무서움과 미움이 아주 복합적으로 작용했어요. 이 문장들을 모두 과거형으로 적어둔 이유는 이제 더 이상 새를 혐오하거나 공포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릴 적에 히치콕 감독의 '새'라는 영화를 본 이후부터, "새"라는 동물은 아주 공격적이며 공중전화 부스를 깨고(!) 인간을 해칠 만큼 강한 생명체라는 오해를 꽤 오랜 시간동안 갖고 있었고요 (바보같다고 욕하지 마세요. 그땐 너무 어렸고 저는 그냥 보이는 걸 믿었을 뿐.....힝구......아무래도 바보 맞나봅니다...주르륵 ㅠ_ㅠ) 간혹 예쁜 앵무새를 보면 마음이 혹하기도 했으나, 제 아무리 예쁜 깃털을 갖고 있더라도 그 아이들의 부리와 발톱, 그리고 털 없이 세갈래로 나눠진 단단해 보이는 발이 너무 무서웠어요. 게다가 비둘기는 도심의 날아다니는 쥐(!) 같은 느낌이라, 내 곁에서 날아오르기라도 하는 날엔 벼룩이나 이가 푸드드득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상상을 하게 되더라고요...으아아아아....
그런데 그녀와의 연애 초기에 새에 대한 오해가 풀리게 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녀 덕분에 앵무새를 아주 가까이에서 만나는 아주 생소한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요. 새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두렵고 징그러워서 공포심으로 오돌오돌 떨고 있었는데, 그 작은 앵무새가 갑자기 제 손 위로 포로록하고 살포시 올라온거죠. >_<
그 때였습니다. 새의 발은 딱딱하고 거칠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전혀 다르게, 놀랍게도 그 아이의 발은 아주 따스하고 매우 보드라웠어요. 그 전까지 새는 그냥 무서운 존재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따뜻함과 보드라운 촉감이 전해지니 그저 혐오의 대상이었던 새가 매우 연약한,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기나긴 공포의 편견을 그 몇 초의 경험이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히치콕의 영화 속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새들은 공중전화 부스를 깨기는커녕 살짝 흔들 수도 없을 정도로 연약한 아이들이었고, 자신을 해치지 않는 사람들을 공격할 마음도 전혀 품고 있지 않았어요. 그저 짧은 접촉이었지만 제 마음을 바꾸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죠? 그런데 비단 새에 대한 무지 뿐만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건 상대에 대한 무지는 때로는 불필요한 혐오나 두려움을 만들곤 하나 봅니다. 제가 새를 제대로 몰라서 미워하고 무서워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자에 대한 일부의 혐오나 두려움도 그런 잘못된 이해나 불충분한 지식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서로 손을 맞잡아보면 우리도 따스한 체온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인데 어떤 오해나 편견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벽이 생기고, 우리 사이에 이유 없는 미움과 서로를 향한 두려움이 싹틉니다.
성소수자들은 조금 다른 성별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성을 지니고 있을 뿐, 사회의 근간을 흔들 생각도 없고 타인에게 해를 끼칠 생각도 없으며, 신의 실수나 사회의 불온한 존재도 아니에요. 그저 따뜻한 체온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도 사회에서 정하고 있는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 교육의 의무 모두 성실히 이행하고 있고, 동네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여러분의 이웃입니다. 물론 동성애자 가운데에 일부의 나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성애자 중에도 일부의 나쁜 사람이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 동성애자들도 마음을 가지고 있고 상처를 받으면 눈물 흘리는 평범하고 연약한 사람입니다.
저는 종교의 가장 큰 가르침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을 고발할 구실을 찾고 있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앞에서 안식일에 예수님께서는 오른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십니다. 당시의 율법에 따르면 안식일에는 아무런 일도 해서는 안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이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지키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사랑의 실천'임을 몸소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혐오하고 박해하는 데에 성경의 문구를 활용하는 것이, 과연 십자가 희생으로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셨던 그분의 가르침일까요? 그분의 뜻일까요? 성소수자들을 자살로 몰아넣고 있는 사회적 혐오의 시선들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마음이 답답하고 슬픕니다. 편견과 오해로 인해, 마음 속의 오른손이 오그라든 사람들에게 그분께서 "손을 뻗어라"(루카 6,6-11) 라고 따뜻하게 말씀해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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