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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꼬부

작은 지구

꼬부 큰언니와 함께 나들이 나갔다가 싱그러운 풀잎 향기와 신선한 바람에 저는 한껏 신이 났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집에 있을 꼬부가 참 심심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우리의 작은 집이 꼬부에게 있어서는 온 세상일테니 얼마나 단조로운가요. 맑은 공기도 맡고, 바깥 구경도 하며 여행도 같이 가고, 산책도 다니면 참 좋을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꼬부 큰언니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녀의 답이 참 명쾌합니다.

 

"신의 관점에서는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을걸? '인간들아~ 작은 지구에서 사느라 단조롭겠다!' 하시겠지. 하지만 우주로 나오면 인간은 못살아. 우리가 작은 지구에 살아서 다행인 것처럼, 꼬부는 우리집에서만 살아서 다행인거야"

 

응. 맞다. 모든 걸 다 누릴 수 있어야 행복한 게 아니고, 수많은 걸 꼭 경험해야만 즐거운 게 아닌거지. 단조로움이 주는 행복, 한정된 공간이 주는 아늑함이 있는 법! 모든 걸 다 알고 모든 걸 다 경험해야만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아주 작은 지구에서 태어나서 단촐하게 우리 셋이 한 가족을 이루고 단조롭고 소소한 일들을 겪으며 사는 게, 다시 되돌아보니 참 감사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서 멍멍이들과는 달리 새로운 공간에 나가는 걸 스트레스로 느끼기 쉽다고 합니다. 가끔 창 밖을 물끄러미 내다보는 꼬부를 지켜보면, '외출하고 싶어서 혹시 저러나?? -_-a' 싶은데 사실은 뭔가 움직이는 사물을 보며 TV를 시청하듯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에 가깝다고 하네요. 하긴 고양이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게 뭔지 감히 인간 주제(?)에 알 수는 없고 진실은 저 너머에 있지만, 자칫 외출냥으로 키우다보면 유기묘가 될 위험도 있고 교통사고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고양이를 풀어 놓고 키우는 걸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고양이 산책을 위한 하네스도 시중에 나와있고, 간혹 하네스에 잘 적응해서 다니는 아이들도 있던데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애초에 외출하지 않으면 집 안의 공간만큼을 자신의 영역으로 알고 그곳에서 편하게 지내는데, 일단 외출을 시작하면 동네를 자신의 영역이라고 인식하게 되고 그 이후부터는 외출을 못하게 되면 자신의 영역에서 활동하지 못하는 걸 오히려 괴로워하게 될 수 있어요. 일단 외출냥이가 된 아이들의 행동을 고쳐주려면,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새 집을 냥이의 영역으로 인식시켜 주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그러고 보면, 뭘 모를 때가 행복하기도 해요.

 

P.S. 그래서 어릴 적엔 명절이 좋았던걸까 -_- 뜬금없지만 그땐 추석이 참 좋았.......

 

꼬부네 가족 다음 이야기-34탄

꼬부네 가족 이야기 처음부터 읽기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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