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초대형사고가 있었습니다. 꼬부가 갑자기 사라진 거에요!!!! 그녀는 방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저는 거실에서 MP3 어댑터를 찾느라 서랍 속을 뒤지고 있었는데요. 그녀가 거실로 나와 이곳 저곳을 둘러보더니 이러는 겁니다. "꼬부야~ 꼬부야~~~ 꼬부 좀 얼른 불러봐"
저희 집에선 이런 광경은 사실 굉장히 흔한 편입니다. 꼬부가 집 어딘가에서 혼자 놀 때에 그녀가 부르면 대답도 잘 안하고 오지도 않습니다. 이럴 때면 그녀는 제게 와서 꼬부를 불러보라고 시키죠. 이럴 때면 전 살짝 거만해지곤 하는데, 꼬맹이가 은근히 제 목소리에만 반응을 하는 편이라서 제가 부르면 어디선가 쇽! 나타나서 몸을 비비곤 하거든요. 엣헴
처음엔 웃으며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무리 목이 터지게 부르고 불러도 안 나옵니다. 높은 톤으로 불러보고, 낮은 톤으로도 불러봐도 소용이 없습니다. 꼬부가 사랑하는 간식통을 달그락 달그락 흔들면, 꼬부는 원래 세상에서 제일 빨리 뛰어 나오는 아이인데 그조차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때부터 심장이 빨리 뛰고, 가슴이 옥죄듯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밥그릇 앞에도 없고, 식탁의자 위에도 없고, 꼬부 방에도 없고, 베란다에도 없고....
좀 전에 택배 아저씨가 왔다 가긴 했는데, 우리 집엔 중문이 설치되어 있으니까....아냐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아저씨가 와서 문을 열었을 때에 혹시 꼬부가 현관에 숨어있다가 뛰어나간 걸까? 어떻게 해야 해?? 그녀도 이젠 사색이 되었습니다.
꼬부 목에 늘 채워져 있던 인식표를 일주일 전에 목욕 시키면서 풀러놨던 게 미치도록 후회가 됩니다. 이 추운 날씨에 그 아이가 나갔다면??? 어디서 찾아야할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에게 흔히 하는 일반적인 조언들 중에 하나가 동물의 가출을 대비해서 전단지를 이미지 파일로 미리 만들어 두라는 것입니다. 예전에 그 글을 보긴 했는데 귀찮다는 이유로 아직 안해뒀는데....!! 수천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지나가던 그때에...
어디선가 희미하게 "냐아~~~~앙" 소리가 들립니다. 그녀가 눈이 똥그래져서 이게 어디서 들리는 소리야? 합니다. 다용도실 문을 여니 바로 그 곳에 꼬부가 있습니다. 흐미~~~~~ㅠㅠ 이녀석아! 언니들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앗?!!!! 제가 어댑터를 찾으려고 다용도실에 들어 갔을 때에 따라왔었나봐요. 다용도실의 문이 닫히고 거기에 있었나 봅니다ㅠ.ㅠ 어디를 가든 졸졸 잘 따라다니는 아이라서 생긴 에피소드인 셈입니다.
그녀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꼬부를 붙잡고 본격 교육을 시작합니다. "꼬부야. 언니들이 부르면 '저 여기 있어요~' 하고 대답을 해야지. 욘석아!!! 여하튼 이 일은 전적으로 작은 언니의 잘못이다. -_-++ 꼬부를 잘 챙겨야지!!! 니 땜에, 나 오늘 꿈꿀것 같아 (탈진상태로 넉다운)"
한밤의 소동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교훈 1. 인식표는 절대 풀지 말자.
교훈 2. 갑작스러운 가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아이의 모습이 잘 찍혀 있는 사진을 포함한 전단지는 미리 만들어 두자.
교훈 3. 부르면 대답하는 훈련을 고양이에게 평소에 시키자!!!!!(읭???)
(지난 글을 마지막으로 꼬부의 입양까지 이제 소개가 끝났으니, 이제 시간의 흐름을 마음대로 뛰어 넘고~! 하고 싶은 이야기부터 맥락도 뜬금도 없이 마구마구 이야기를 해도 되는거죠?? 꺄앗 >_< 아무도 시킨 적은 없으나, 가족이 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이야기하고자 그동안 굉장히 노력 많이 했....ㅠ.ㅠ 글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호칭 정리도 마무리 되었답니다. 이제 그녀는 꼬부의 큰 언니가 되었고요. 저는 꼬부의 작은 언니가 되었어요. 꼬부를 대하는 마음은 어느덧 엄마의 마음인데, 솔직히 말해 엄마로서 자식을 볼 때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는 잘 몰라서....우리는 그냥 쿨하게 세자매가 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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