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는 반가움의 표시를 스크래처로 합니다. 외출 후에 우리가 집으로 돌아오면, 이 아이는 스크래처가 놓인 장소로 냅다 뛰어가서 발톱을 박박 긁거든요. 그 행동이 뜻하는 바를 모르던 때에는 이 녀석이 왜 이러나 싶었는데, 고양이 카페에서 듣게 된 정보에 따르면 이 몸짓의 뜻이 "와~!!! 신난다!!! "라고 합니다. 그 뜻을 알고나서부터는 그 분주한 움직임이며 샤각샤각 박박 소리가 너무 귀엽습니다. 너, 지금 우리를 엄청 반기는구나?!
감사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가족의 서로를 향한 정이 더욱 깊어진다는 걸 느끼곤 합니다. 그중 하나는 꼬부를 향한 큰 언니의 애정인데, 꼬부의 스크래처가 무뎌진 걸 보더니 새로 사주자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꼬부 관절건강을 생각해서 카펫을 깔자고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늦은 시간에 퇴근하여 피곤할 법도 한데, 그녀는 꼬부와 놀아주며 빗질도 열심히 해줍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은 어떻게 전해지는 걸까요? 누군가의 따스한 애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해 보니, 여러 가지가 떠오릅니다. 사랑한다는 말, 애정 어린 눈빛, 밝은 미소... 그런데 그런 말이나 행동들은 꾸밀 수 있잖아요. 신나게 달려가 스크래처를 긁는 고양이의 행동과는 다르게, 진정성 없이도 우리 인간은 감정을 감추거나 위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나이가 들고,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애정만은 꾸미거나 감출 수 없는 감정"이라는 제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애정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아주 중요한 두 가지 행동 패턴이 있더라고요. 하나는 그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때로 진정성 없이 내뱉어지기도 하지만, 위의 두 가지 행동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사랑이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돈과 시간이 삶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우리 삶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하며 한정된 요소임은 틀림없습니다. 곤궁한 사람들에게는 시간은 있지만 돈이 부족합니다. 반대로 빌 게이츠와 같이 엄청난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매우 소중한 것이 됩니다. 우리 모두에겐 하루에 주어진 시간이 단 24시간 뿐이니까요. 돈이 없다면 시간으로, 시간이 없다면 돈으로라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난 지금 엄청나게 바쁘고 쓸 돈도 없어. 하지만 너에게 사랑하는 마음만은 주겠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 말은 교묘하게 어떤 진실을 숨기고 위선으로 가장한 말입니다. 둘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 것을 아무것도 내어 놓기는 싫지만, 네 것은 착취하고 싶다는 잔인한 진실 말입니다. 이 관계는 결국 한 쪽이 부당함을 느끼며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될 것입니다.
하시모토 기요미는 사람을 사귈 때 상대방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를 지켜보라고 조언합니다. 돈 씀씀이를 보면 그 사람이 지닌 삶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말은 돈이나 시간이 넘치는 사람과 교제하라는 것이 아니고,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기꺼이 내어줄 줄 아는 가치관의 사람과 함께할 때에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꼬부 큰 언니에게 받았던 것들 중에 잊히지 않는 선물이 있습니다. MP3 Player였는데, 당시에 학생 신분이었던 그녀가 큰 마음 먹고 샀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언젠가 제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었다고 하던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안 나요. 그저 스치는 말이었지만 그녀는 그걸 기억했고, 아주 좋은 걸 해주었습니다. 시간도 돈도 늘 부족했던 시절이었지만, 참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비싸서가 아니라, 그 선물이 담고 있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꼬부는 오늘도 아주 야무지게 스크래처를 박박 긁습니다. 그리고서 자길 쓰다듬어 달라는 듯 우리 곁에 와서 발라당 눕습니다. 꼬부야! 너 지금 어마어마한 것들을 언니들에게 요구하는 거야! 스크래처 살 돈이랑 빗질할 시간을 내놓으라는 거잖아~? 이 아이는 아무래도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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