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를 볼 때면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하게 부풀어 오르다가도, 이 녀석의 생명 시계는 인간들과는 다르게 흐르니 이런 행복이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문득 울컥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복잡한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사랑이 주는 보편적인 감정 같아요. 제가 꼬부 큰 언니를 생각할 때에도 이런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대가를 치루기 마련이니,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이런 슬픔이나 불안으로 그 행복의 빚을 갚아야 하나 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 가운데, 반려인 스스로가 "엄마"로 자처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그녀와 저는 꼬부에게 그저 "언니들"입니다. 엄마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엄마라고 호칭을 정하긴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 꼬부는 정말 우리를 엄마처럼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언니가 퇴근하고서 쇼파에 앉으면 일종의 의식처럼 거의 매일 꼬부가 큰 언니의 머리를 그루밍 해줍니다. 아주 당당하게 착착착 걸어와서, 큰 언니의 머리털을 아주 꼼꼼하게 핥고 부비는데 이 둘이 꽁냥거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큰 언니를 위한 그루밍이 끝나면 가끔 제 머리도 해주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큰 언니만큼 정성껏 해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치잇!!!! =_=)
최근에 꼬부 오른쪽 송곳니 잇몸이 갑자기 빨갛게 부어서, 그 부위를 칫솔질을 할 때면 힝힝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꽤나 아팠던 모양입니다. 며칠간 잇몸에 꾸준히 오라틴 안티셉틱을 발라주니 상태가 나아져서 다행히도 이제는 괜찮아졌지만, 아마도 아픈 상황에서 칫솔질을 하자고 하는 제가 꽤나 미웠을텐데도 꾹 참는게 느껴져서 더 대견하고 예쁘고 미안했습니다. 게다가 양치질이 끝나면 쌩 도망갈 법도 한데, 양치가 끝나고서도 저를 졸졸 따라 다닙니다.
이렇게 귀엽고 영특한 녀석이니, 지금은 큰언니가 가끔 농담처럼 우리 꼬부는 대학에 보내자고 말하곤 합니다. 석사 박사는 아니더라도 학사 학위는 세군데까지 취득해도 된다~ 이렇게요.
그러고 보니 유난히 추위를 잘 타는 것, 배탈이 잘 나는 것, 깜짝 깜짝 잘 놀라고 민감한 것 모두 제가 가지고 있는 특징인데, 우리 꼬부도 그래요. 이제는 우리 세 가족이 언니들-동생 사이가 아니라, 조금씩 엄마들-딸 사이로 바뀌어가나 봅니다.
가끔은 처음 꼬부를 입양하려고 했을 때, 망설이던 그녀가 떠오릅니다. 생명이 있는 무언가에게 마음을 내어 준다는 것이 훗날 얼마나 힘들어질 수도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로 의미를 가지니, 두려워말고 우리 셋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만끽하자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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